우울증 여성 해마 타우린 농도, 일반인 대비 20% 낮아
초고자장 7T 휴먼 MRI 활용, 인체 뇌 정밀 관찰 생물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誌 게재
그림1. (A) 스펙트럼을 측정한 뇌 부위(노란색 박스)와 (B) 해마에서의 1H MR 스펙트럼_해마의 타우린 신호는 3.4 ppm 위치(화살표)에서 확인할 수 있음. 검은색 선은 실제 측정한 스펙트럼이고, 붉은색은 측정 데이터에 대한 LCModel 피팅 스펙트럼임.
국내 연구진이 우울증과 기억·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의 타우린 농도가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최초로 밝혀냈다. 향후 우울증의 예방 관리와 진단·치료에 있어, 타우린의 역할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은 바이오화학분석팀 송영규·조지현·정재준 박사가 KBSI의 선도연구장비인 초고자장 7T 휴먼 MRI(이하 7T MRI)로 우울증을 보이는 젊은 여성 뇌의 해마에서 타우린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김형준 박사, 충남대 손진훈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19~29세 여성 76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및 전문가 면접을 통해 분류된 우울증 질환자 실험군 36명과 일반인 대조군 40명을 비교한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약 2억 6천만여 명에 달한다. 매년 80만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대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해, 전체 우울증 환자 100만 744명 중 20대 여성이 12만 1534명(12.1%)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 속도도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110.7%) 폭증했다.
MRI는 신체의 특정한 위치를 정밀하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정량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뇌 질환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기존 MRI 연구에서는 주로 뇌의 가장자리인 대뇌피질 영역에 국한돼 신경대사체의 변화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뇌 안쪽에 위치한 해마에서의 신경대사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을 확인하고자 조사대상인 20대 여성의 전두엽, 후두엽, 해마 부위에 존재하는 타우린을 포함한 콜린, 크레아틴, 글루타민, 글루타메이트, 마이오-이노시톨, N-아세틸 아스파테이트 등 7개 신경대사체의 농도를 각각 측정해 비교했다.
MRI 촬영 시 해마는 위치상의 문제로 측정에 있어 기술적 한계가 있다. 특히, 타우린은 다른 신경대사체에 비해 농도가 낮아 MRS 신호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본 연구팀은 높은 신호 감도와 고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7T MRI를 이용, 화학적 이동 변위 오류*를 줄이도록 설계된 sLASER 펄스열**을 사용해 해마에서 미세한 타우린의 신호 차이를 측정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화학적 이동 변위 오류 : 대사체들의 화학적 이동(공명 주파수) 차이와 측정 영역의 송신 라디오주파수 대역폭의 크기에 따라 발생하는 공간상의 불일치 오류임. ** 펄스열(pulse sequence) : MRI 촬영에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의 펄스와 경사자장을 제어하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임.
그림2. 해마, 전두엽 및 후두엽에서의 타우린 농도(붉은색: 우울증 실험군, 푸른색: 일반인 대조군)_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의 평균 농도는 각각 0.91 mM, 1.13 mM임.
그 결과, 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의 평균 농도는 각각 0.91 mM, 1.13 mM로, 우울증이 있는 젊은 여성의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일반인 보다 약 2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결과다. 또한, 7T MRI로 찍은 고해상도 구조 영상을 기반으로 개인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는 백질, 회백질 등 뇌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대사체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했다. 이는 향후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뇌 질환 연구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BSI 조지현 박사는 “본 연구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해마 속 타우린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켜, 우울증의 발병 기전과 진단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KBSI의 최첨단 연구장비를 활용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 관찰에 의한 타우린 농도 변화, 타우린의 인체 복용에 따른 우울증의 치료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BSI 조지현 박사 연구팀은 우울증과 해마 속 타우린 농도 간 연관성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 발굴과 7T MRI를 이용한 뇌 대사체 측정 및 데이터 분석을 맡았으며, 한의학연과 충남대 연구팀은 일반인을 포함한 우울증 실험군 모집, 심리 검사, 전문가 면접 및 인구통계학적 정보관리를 수행했다.
사진. 연구자 사진_KBSI 송영규 선임연구원, 조지현 책임연구원
본 연구결과는 KBSI 7T MRI 운영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및 한의학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물 정신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Biological Psychiatry誌 온라인판[논문명: Association between taurine level in the hippocampus and major depressive disorder in young women: a proton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 study at 7 Tesla, IF: 10.6, KBSI 송영규(공동제1저자), 조지현(공동제1저자), 한의학연 김형준(공동제1저자), KBSI 조경구(공동교신저자), 정재준(공동교신저자)]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