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유해가스, 이제 실시간으로 분석
[KBSI-세상을 바꾸는 분석과학⑦]초소형 유해가스분석기 개발…"드론 탑재 가능"
세계 최초 냉전자 이온화 원 이용…전력 소모 1/3로 '뚝'
분석과학(Analytical Science)은 과학기술의 토양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분석과학은 분석기술(Analytical Technology)과 분석장비(Analytical Equipment)에 관한 연구를 총칭하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견인하고,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가 경제성장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과학기술의 척도로 평가되는 노벨상 수상의 토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덕넷은 분석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분석과학 연구분야와 성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2012년 9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플루오린화 수소가스)이 유출돼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출가스는 주변으로 확산되어 인근 농작물들은 모두 말라죽고, 축산물은 폐사에 처해졌다.
# 2015년 4월 경기 이천시 소재 화학공장 건설현장에서 질소로 추정되는 유해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시설 점검 중이던 근로자 3명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질식사로 숨졌고 다른 근로자 4명은 부상을 입었다.
유해가스 누출 사고는 산업체, 연구시설, 군 시설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해마다, 아니 거의 매달 크고 작은 유해가스 누출사고 뉴스가 매스컴을 통해 전파되어 우리 가슴을 철렁이게 하고 있다. 더 이상 "내 주변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는 사고"라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유해가스 누출 시, 현장에서 이를 바로 측정해 누출가스의 성분과 분포를 밝히는 장비는 없었다. 현재는 사고 현장의 공기를 캐니스터(가스 저장 용기)나 흡착관 등에 담아 멀리 떨어진 분석기관에 보내야한다. 분석 결과를 얻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4시간. 신속한 사고 대응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 분석에 활용되는 장비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 유해가스 누출 사고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여러 종류의 유해가스를 현장에서 손쉽게 측정 가능한 휴대용 질량분석기가 개발되어 화제다. 장비 개발 주인공은 바로 KBSI의 김현식 연구장비개발사업단장이다. 김현식 단장은 "휴대용 질량분석기는 사고 현장의 공기 중에서 바로 채취가 가능, 별도의 운반 과정이 필요 없어 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손쉽게 시료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은 지난해 12월 분자진단시스템 제작 전문 업체인 바이오니아에 정액기술료 2억 원, 경상기술료 매출액의 3%의 계약을 맺어 이전 되어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연구는 5년 전 처음 시작되었다. 이번에 기술을 이전한 바이오니아와 공동으로 냉전자 이온화 핵심기술 연구를 수행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냉전자는 열전자 이온화원 대비 만 분의 1이상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열전자 이온화원은 전자 필라멘트를 뜨겁게 달구는 과정을 통해 전자를 얻는 것인데, 가열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전력이 소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현식 단장 연구팀은 기존 방식 대신 MCP(Microchannel Plate) 전자증배판을 사용,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LED)에서 방출하는 자외선 광자를 MCP 전자증배판 전면에 주사했다. 저온 저전력으로 방출 시간이 정확히 조절되는 전자빔을 생산하고, 자외선다이오드와 MCP를 이용해 필요할 때만 전자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열전자 이온화원 대비 만 분의 1 이상으로 전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됨은 물론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 사용으로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의 공동발명자인 김승용 질량분석장비개발팀 박사는 "냉전자 이온화 장치는 전자 공급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석장비의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연구팀은 질량분석 방식을 이용하면 동시에 여러 종류의 유해가스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크고 무겁다는 단점을 가진 기존 질량분석장비를 휴대용으로 최적화시키기 위해 2년여 동안 관련 연구에 몰두했다. 김현식 단장 연구팀은 2007년 미국 국립고기장연구소와 세계 최초로 15 T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15 T FT-ICR MS)를 개발해 세계적인 질량분석기 제작업체인 브루커사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해당 장비는 측정 정확도가 기존 질량 분석기의 10배 이상 뛰어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기 화합물을 대부분 구분할 수 있어, 원유와 같이 복잡한 혼합물이나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한 새로운 천연 화합물 발굴에도 아주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15 T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 개발 경험을 살려 기존 장치에 비해 무게는 7분의 1, 크기는 4분의 1, 전력소모는 3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무게는 1.5Kg, 크기는 A5 용지 크기. 딱 A4 용지의 절반 수준이니, 어린 아이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최근 활용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져가고 있는 드론에도 탑재할 수 있다. 김현식 단장은 "폭발 현장 등 인체에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고 수습 현장에서 휴대용 질량분석기를 드론에 탑재한다면, 사람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지 않아도 된다"며 "유독성 가스 방출 지역이나 환경 오염지역에서의 사고 대처를 위한 데이터 원거리 전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점은 더 가볍고 날씬해진 외형뿐만이 아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휴대용 질량분석기는 극미량 주입밸브와 시료농축장치를 사용하여 ppm의 1000분의 1 수준을 나타내는 ppb 수준의 초미량 가스도 검출할 수 있다. 작아진 만큼 기능은 획기적으로 보완되었다. 휴대용 질량분석기 개발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이득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나라 군 시설에서 사용하는 화학탐지기 모두 외국산. 이번에 개발된 휴대용 질량분석기를 활용, 화학탐지기 국산화에 성공해 소대 전투단위에 1대 씩, 총 2만 대를 보급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4000억 원의 외화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다. 김 단장에 따르면 휴대용 질량분석기는 산업체나 연구 기관뿐 아니라, 주거 환경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실내 가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우리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하니, 휴대용 질량기분석기가 활용될 분야는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휴대용 질량분석기의 활용범위는 우주로 까지 뻗어나갈 전망이다. 김현식 단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우주선 탑재용 초경량 질량분석장비의 기반기술로 활용이 가능하여, 우주개발 장비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라고 예상했다. ☞ 출처 :http://hellodd.com/news/article.html?no=568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