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객(徐霞客, 1587~1641)은 명나라 말기의 지리학자이자 여행가로 일기체 여행기인 ‘서하객유기’의 저자입니다. 서하객은 서하객유기를 통해 현장의 과학이 어떻게 체계적인 연구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현상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지식에 의문을 품으며 가설과 검증으로 그 진위를 밝히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하객은 자연을 유람하며 새로운 지식을 갈구했던 현장의 과학자였습니다. KBSI 전주센터의 정희석 박사도 소재의 바다를 유람하는 탐험가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반도체 소재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수많은 연구자들 중 정희석 박사를 돋보이게 하는 비결은, 기존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분석을 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그 탐험가 기질입니다. 최근 새로운 2차원 나노물질의 특성 변화를 포착하는 데 성공한 정박사를 KBSI 전주센터에서 만났습니다.
수평에서 수직으로의 자세 이동, 그 과정을 밝혀내다 소재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후보물질들의 조합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물질의 경우의 수가 많고, 그에 따른 원자 결합 특성 등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조합으로 신소재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 특성을 온전히 규명해 내지 못하면 그 적절한 활용처를 찾지 못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원자 크기 단위에서 나노 단위까지 펼쳐지는 다양한 특성의 2차원 박막 신소재에 대해 하나의 원자층 두께부터 수 원자층에 이르기까지 특성을 연구하고 제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이차원(2D)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 Transition Metal Dischalcogenide) 소재 중에서도 플래티늄디셀레나이드(PtSe2)라는 긴 이름의 신물질입니다. 백금(Pt)과 셀레늄(Se)으로 이루어진 이 물질은 높은 전하 이동도와 안정성, 그리고 박막 층수에 따라 도체와 반도체 성질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전자 장비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닌 또 하나의 반도체 후보 물질로 주목을 받았지만 소재의 특성 및 결정 구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해 활용 연구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희석 박사의 이번 성과는 이 물질의 특성을 상당 부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UCF) 재료공학부 정연웅 교수의 주도 하에 서울대 화학부 정연준 교수, 재료공학부 이관형 교수(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와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KBSI는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물질의 특성 및 결정 구조를 알아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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